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고작가의 수필 요리 레시피 2 : 냉장고에 남은 파김치 국물 볶음밥

by 고작가야 2025. 7. 25.
반응형

햇반 2개를 꺼냈다가 1개 를 더 꺼냈다.

파김치 국물로 볶음밥을 하려고 한다. 혹시나 남으면 내 도시락으로 싸야지.
쿠팡에서 구매했던 하나 파김치 1kg 어느새 거의 다 먹어간다.
세로로 세워진 유리로 된 용기에 떨어질 때 마다 채워왔다.

 잠이 많은 내 와이프, 오늘도 침대에 누워서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맛있게 아점을 만들어서 살갑게 깨워줘야지. 우리의 주말은 한결같으니까.

은색으로 반짝거리는 키친보울, 중간크기를 꺼낸다. 
제법 커다란게 여기에 우리 봄이도 쏙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봄이는 우리 강아지다. 3.8키로 포메라니안, 
와이프가 데려온 강아지지만 이제는 내 딸 같다.

살림하는 것의 기본은 매 끼니 직접 만들 줄 알아야 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채소 관리 같다.
사실상 각 요리할때마다 필요한 대파, 쪽파 같은 채소는 요만큼만 필요하거든.
근데 파는건 이만큼씩이니까, 며칠 안된거같은데 시들어가는 채소를 보면 그거보다 속상한 일은 없는것 같다.

파김치볶음밥 사진

 

파김치 국물 볶음밥을 선택한 이유는, 어제 밤에 물마시려고 열어본 냉장고에 쪽파가 시들어가는걸 발견해서가 거의 9할을 차지한다고 본다.나머지 1할은 옥동자 형님이 파김치 국물 활용법을 알려준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온다. 

봄이가 들어갈만한 키친보울에 햇반 3개를 까서 올리고, 쪽파 반묶음을 까서 가위질로 잘게 잘라낸다. 가위질 한번에 후두둑 쏟아지는 쪽파의 무리들과, 또 쪽파 특유의 내음이 잘 올라온다. 햇반은 돌리지 않은 상태로, 파김치 국물 세 국자와 마지막 기회로 국자에 매달린 파김치 한가닥이 애처롭다. 그래, 너도 같이 가야지,

 주걱 두개로 힘차게 섞어 보려고 힘을 주었으나, 너무 힘준 탓에 키친 보울 밖으로 이탈자들이 발생했다. 봄이가 줏어먹기전에 얼른 닦아내고, 다시 적절한 힘으로 아까보단 약하게 힘주어 섞었다. 하얀, 아직은 딱딱한 햇반 한 알 한 알이 빨갛게 코팅 되도록, 빨갛게 코팅된 밥알들 사이로 청량한 쪽파의 색감이 예뻐 보인다.

 고소한 참기름 내음이 부엌에 퍼진다. 매번 요리할때마다 느끼지만, 참기름을 계량하는 단위는 한스푼, 두스푼 보다는 '휘휘 두바퀴 돌립니다.' 라는 표현이 알맞은 것 같다. 마치 모든 준비를 마무리하는 의식과 같은 단계 같기도 하다. 이제 불판에 뛰어들 준비가 되었습니다.

 넓은 웍에 식용유를 고루 두르고, 잘게 비벼진 파김치 국물 비빔밥을 넣고, 눌러 붙지 않도록 골고루 웍질을 한다. 웍질이라고는 하였지만, 흑백요리사에 나오는 멋진 쉐프들의 손놀림과는 거리가 있다. 그냥 앞에서 뒤로 옮기는 수준이다. 그래도 골고루, 열이 잘 전달되록 약 3분의 웍질을 마친 후 잘게 썰려있는 코스트코에서 산, 파마산치즈 컷팅을 뿌려준다. 넓은 웍 뚜껑을 덮은채로, 약불로 치즈가 녹는동안 식탁을 정리한다. 우리집은 식탁이자 책상이니까, 고소한 냄새가 집안으로 풍길 때 쯤 와이프를 깨우러 간다.

그나야 밥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