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비찜에 대한 기억은, 생각보다 역사가 길다.
특유의 달달하고 짭짤한 양념 탓에 저녁 메뉴로 식탁에 오를때면, 아버지나 형이나 함께 꼭 함께 밥을 비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고기에 달라붙은 뼈의 모양에 따라 LA갈비라 불리기도 하고 정석적인 네모난 모양은 소갈비 찜으로, 또 돼지갈비찜으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나 어머니는 고기에 붙은 기름을 싫어하셨기 때문에 돼지갈비찜을 한다고 하더라도 정육점에서 지방을 제거해달라고 부탁하셨고, 또 더욱이 손질된 돼지갈비에서도 마저 달라붙은 지방을 제거하곤 하셨다. 덕분에 부드러우면서도 깔끔했고 함께 가미된 익힌 무에서도 깔끔한 맛이 났었다.
지금처럼 직접 요리를 하게 되면서, 메뉴 선정에 나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부산물 발생 여부이다. 꼭 갈비찜을 하게 되면 부산물로 뼈가 나오고 그 뼈를 활용할 방법이 없으므로 오롯이 쓰레기통을 차지하게 되는데, 바로 버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며칠정도 머물렀다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기는 순간까지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게 되어 기피하게 된다.
그러다 즐겨보는 인스타그램 요리영상에서 아롱사태 만으로 갈비찜을 하는 걸 알게 되었으므로, 아롱사태를 1Kg 주문하여 요리를 시작했고 푹 익힌 고기의 부드러움을 즐기게 되었다. 최근에 만들어 보니 소갈비찜 특유의 살코기 질감이랑 차이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뼈 라는 부산물은 아예 제거 한다면 걱정이 없지만 또 감내한다면 오리지널의 맛과 질감을 향유 할 수 있음으로, 혹시 이게 살아가면서 느끼는 스트레스 같은 것이 아닐까. 스트레스가 공존함으로서 얻어지는 성취는 좀더 커지는 것 같기도, 그래도 잘사는 사람들을 보면 저들의 스트레스는 어떤게 있을까, 경제적 자유가 있으면 상대적 스트레스가 덜 할 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물론 갈비찜에 뼈에만 신경이 쓰이는 건 아니고, 예전에는 고기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어갈 수록 주변 식재료들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었다. 가장 첫번째는 그나가 좋아하는 버섯이었고, 두번째는 한번 사면 너무 커서 보관하기 힘든 무 였다. 버섯이야 구워먹기도 하고 또 이런 갈비찜에 넣어 양념이 가득 배인 그 특유의 아삭함을 느낄 수 있는 식감은 어느 요리에도 합격점이기에 주연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초 조연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다만, 무 처럼 조리전과 조리 후가 이렇게 차이나는 식재료가 있을까. 딱딱하고 아린 맛을 가진 무를 직접 사본 경험이 생각보다 역사가 길지 않았고, 그저 시판 깍두기 정도로 접해보았으며 김치찜등에 푹 익힌 무는 양념이 배어들면 매우 부드럽고 녹진한 양념 맛에 부드럽게 넘어가는 목넘김으로 만족감을 준다. 이정도면 명품 조연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처남의 생일이라 아롱사태 갈비찜을 해 주었다. 일반 냄비로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하루종일 붙잡고 있어야 되기 때문에 최근 자주 사용하는 압력솥에 푹 익히기로 마음먹었다. 아롱사태 2kg를 주문했고 찬물에 세시간 정도 핏물을 빼 준 후 약 10분간 데치고 피를 제거하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게 느껴졌다. 스테인레스 가장 큰 볼에 담았는데 느껴지는 무게감이 상당했고, 그나한테 슬쩍 너무 많지 않냐고 떠 봤더니 조금 당황한거 같아서 일단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놨다. 나중에 부추와 함께 수육을 할 생각이다.
약 1kg정도의 아롱사태를 꺼내어 4cm 정도로 썰고 압력 솥에 소갈비 양념(시판용)을 부었다. 물론 아주아주 커다랗던 양파 반개(너무 커서 일반 양파 1개 분량)를 갈고, 사과즙 한팩을 넣었으며 그리고 갈아만든 배 뚱캔의 절반도 함께 넣었다. 채소들 특유의 채수가 맛을 가미시켜주지 않을까. 감자와 당근, 그리고 무를 약 1cm 두깨로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 넣었고 처음 사본 생밤도 함께 넣었다. 그나한테 강아지 생밤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안된다고 해서 당근이나 줬다. 당근 먹으면 강아지가 오래 산다고 해서, 줄 때마다 우리랑 건강히 오래오래 살았으면 하는 염원도 함께 담아서.
아롱사태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압력솥 뚜껑을 잠그고 10분정도 강불에 끌이니 추가 소리를 내며 점점 강하게 돌아간다. 취직취직 돌아가는 소리가 만약 취준생 시절에 들었다면 약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까 하는 헛 생각을 하면서 약불로 낮추었다. 약 20분 정도 더 끓이고 10분정도 뜸을 들였다. 그리고 가득찬 압력을 빼주고 뚜껑을 열어보니 약-간 핏물이 떠오른게 보인다. 처남이나 그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약간의 비린내가 매우 아쉽다. 뚜껑을 열고 그나가 좋아하는 버섯과 파를 썰어 넣고 뭉근히 졸여주었다.
수 많은 재료들과 양념들은 압력솥 안에서 아롱사태 안으로 배여 들어간다. 내 삶속에도 수 많은 경험들과 스트레스, 그리고 성취들이 배여들어 가겠지. 나도 내 삶이 마지막에 완성되었을 때 배어들은 양념들이 나를 더 빛나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나야, 밥먹자. (오늘은 처남도, 장모님도)